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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7.7_한겨레신문] ‘명품 건축 정보창고’ 후학위해 밑돌 놓기
관리자  /  20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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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현대건축 아카이브 구축나선 김정식 이사장

청와대·인천공항 설계한 명장

자료 보관·관리 디지털화 나서

후배들 활용하도록 공개계획

 

한국 모든 분야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특히 건축에서는 장르 정보를 체계화해 모아놓는 정보창고인 아카이브 문제가 다른 분야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에서 중요한 건물이나 건축가에 대한 자료는 어느새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건축 아카이브는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선 이가 김정식(76·사진) 목천김정식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사재를 털어 문화재단을 만든 김 이사장은 최근 건축 아카이브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더 이상 한국 현대건축사의 자료들이 멸실되기 전에 최소한이나마 중요한 건축가들의 자료를 모아 후학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한국 현대건축계의 원로로, 서울대 교수를 지내다 1967년 국내 대표적 설계사무소인 정림건축을 세워 수십년을 건축계 일선에서 활동했다. 그가 정림건축에서 작업한 건축물은, 굵직한 공공건축물만 꼽아도 청와대부터 인천국제공항,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등 수두룩하다. 한국 경제 성장기 초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온 건축가인 그가 은퇴하면서 건축계에 공헌할 방도를 찾은 것이 문화재단의 설립이었다.

번 돈을 무덤에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것이고, 사회와 건축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것이 뭘까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2005년 문화재단을 설립해서 친환경 건축교육을 주로 해왔습니다. 지난해 전봉희 서울대 교수와 이야기하다가 우리나라 고건축물과 민가들 자료를 아카이브화해서 디지털 한옥 라이브러리를 만들면 어떻냐는 제안이 나왔어요.”

이후 전 교수와 서울시립대 배형민·한국예술종합학교 우동선 교수 등 학자 위원회를 만들어 목천문화재단과 공동으로 본격적인 아카이브 구축작업이 시작됐다. 우선적으로 건축계 원로들에 대한 아카이브부터 추진했다.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엄덕문(92)씨의 자료를 수집했고, 올해에는 안영배(79)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90년대 이후 가장 주목할 흐름을 만들어낸 건축가집단인 ‘4·3그룹아카이브도 구상중이다.

건축은 자료들의 보관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모형만해도 보관하기가 너무 힘들어 대부분 폐기됩니다. 수많은 자료들이 이미 많이 없어졌어요. 이제라도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후배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자료들을 디지털화해서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거예요. 보존만해서는 의미가 없죠.”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아카이브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정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자료는 가족들의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저희가 믿을만한 곳이란 것을 확신을 줘야 하는 등 과정이 아주 복잡합니다. 하지만 더 어려운 문제는 도대체 자료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모아야 하느냐는 겁니다.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모습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건축의 흐름을 정리하고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 생각뿐입니다.”

 

·사진 한겨레신문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