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한국 건축과 4.3그룹>
1992년 12월, 젊은 건축가들의 전시회가 동숭동 인공갤러리에서 열렸다. 1990년 4월 3일 첫 모임 후의 건축 세미나, 건축 기행 초청인사 세미나 등에서 오갔던 논의들을 공개적으로 펼쳐 보이는 4.3그룹의 건축전이었다. 회원은, 알려지다시피 곽재환, 김병윤, 김인철, 도창환, 동정근, 민현식, 방철린, 백문기, 승효상, 우경국, 이성관, 이일훈, 이종상, 그리고 조성룡 등 14인. '이 시대, 우리의 건축'을 주제로 당대를 주도할 "건축적 좌표"와 "실천적 정신"을 함께 모색해 보자는 의도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그로부터 딱 20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 목천건축아카이브와 현대건축연구회가 공동 주관하는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 심포지움이 열린다. 건축학자와 비평가들이 4.3그룹의 활동을 통해 한국 ㄱ너축의 전환기를 새롭게 성찰하고자 하는 이번 심포지움은 9개의 주제 발표로 이루어지며, 그내용은 다음과 같다.
체험과 파편의 언어, 배형민
4.3그룹과 건축교육, 전봉희
세기말과 시대정신, 우동선
함께하는 말, 홀로 서는 말, 최원준
정체성과 시대의 우울, 박정현
비움, 차이, 삶: 4.3그룹의 '비움'의 의의와 논쟁점, 백진
건축가, 세속적이면서 고매한, 이종우
4.3그룹의 모더니즘, 김현섭
동시대 4.3밖의 지평, 송하엽
오는 12월 6일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서울 인사동 KCDF 갤러리 3층에서 진행되며, 4.3그룹 아카이브 전시가 동시에 열릴 예정이다. 4.3글부은 목천건축아카이브의 세번 째 아카이빙 대상이기도 한데, 지난 2011년부터 작업해 온 4.3구성원들의 구술 채록과 글, 사진, 동영상 등과 같은 기록물, 4.3그룹 전 당시 방명록, 물품, 기념품들은 이번 전시의 아이템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이후 한국건축담론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던 4.3그룹에 대한 평가는 건축 담론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가능성을 전유하고 다양한 담론 생성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간에, 충실한 자료와 탄탄한 연구, 해석 작업으로 이들의 활동과 작업을 들여다보는 것은 당대의 현대 건축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글, 정귀원(본지 편잡장)
출처: 와이드 AR, 2012.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