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한국 건축…’ 학술포럼
1990년대 이후 한국 건축을 주도해온 건축가 그룹인 ‘4·3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과 조명이 시작됐다.
한국 건축을 연구하는 학자 모임인 현대건축연구회와 목천건축아카이브는 6일 ‘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이란 주제로 서울 인사동 케이시디에프갤러리에서 학술 포럼을 연다. 포럼에 곁들여 4·3그룹이 1992년 12월 열었던 창립 전시회를 최대한 재현하면서 각종 자료를 선보이는 전시회도 특별 이벤트로 함께 열린다.
4·3그룹은 90년대 초반 30~40대 소장파 건축가들이던 조성룡 민현식 김인철 동정근 이성관 방철린 우경국 백문기 곽재환 승효상 김병윤 이일훈 이종상 등 14명의 건축가들이 결성한 모임으로, 이전 건축가 세대들과는 다른 정체성과 자의식으로 한국 건축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1992년 4월3일에 처음 모였고 멤버 모두가 30대와 40대여서 4·3그룹이란 이름을 정한 이들은 한국 건축에서 본격적인 ‘작가주의 건축’을 시도했다. 이들 이전 세대가 건축 작업에서 담론을 내세우기보다는 기능과 디자인에 충실한 건축을 지향했다면, 4·3그룹은 작가로서 건축가 자신의 의지와 철학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민현식씨가 ‘비움’을, 김인철씨가 ‘없음’을, 승효상씨가 ‘빈자의 미학’을 자신들의 건축 모토로 내건 것이 대표적이다. 건축을 인문학적 관점과 문화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국의 정체성과 전통 건축에 대한 연구, 상호 비평 문화 등을 건축계에 도입한 점에서 당시 이들의 활동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출신 대학과 특정 건축사무소 출신 중심으로 형성되던 건축계의 인맥 풍토에서 벗어나 학연과 출신에 상관없이 젊은 건축가들이 모인 점도 화제였다.
이후 4·3그룹은 건축계의 담론을 주도하면서 9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갔다. 이제는 멤버 대부분이 건축계를 대표하는 중진이 되면서 제도권을 비판했던 이들 자신이 제도권이 되어 건축계의 담론을 장악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포럼에서는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가 4·3그룹이 밝혔던 건축관을 분석한 ‘파편과 체험의 언어’를, 전봉희 서울대 교수가 ‘4·3그룹과 건축교육’을,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세기말과 시대정신’을, 송하엽 중앙대 교수가 ‘동시대 4·3 밖의 건축적 지평’을, 백진 서울대 교수가 ‘4·3그룹의 비움의 의의 및 논쟁점’을, 건축학자 박정현씨가 ‘정체성과 시대의 우울’을 주제로 삼아 1차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연구는 앞으로 계속 진행되어 책과 자료집 발간, 아카이브 구축 등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문의 목천건축아카이브 (02)732-1602.
구본준 기자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639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