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Publication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김종성 구술집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7

김종성 구술집

채록연구 | 최원준, 전봉희, 우동선, 남성택

진행 | 목천건축아카이브

출판 | 마티, 2018-02-19

576쪽 ㅣ 170X230mm ㅣ ISBN 979-11-86000-59-5

살아 있는 역사, 현대건축가 구술집 시리즈를 시작하며

『김종성 구술집』을 펴내며

1 유년기에서 대학 시절까지

2 IIT 유학 시절

3 IIT 대학원 시절 및 미스 사무실 입사

4 미스 사무실 시절 및 IIT 교수로서의 활동

5 1970년대의 초기 작품

6 서울건축 설립 및 <힐튼호텔>

7 <육군사관학교 도서관> 및 1980년대 사무소 건축

8 <서울올림픽 역도경기장> 등 1980년대 작품

9 <경주 선재미술관> 등 1980년대 미술관/박물관 건축

10 <SK사옥>등 1990년대 사무소 건축

11 1990년대 교육시설 및 연구소 건축

12 <아트선재센터> 등 1990–2000년대 작품 및 설계경기 심사 활동

13 서울건축, 건축계, 가족 이야기

약력
수상 경력
주요작품

목천건축아카이브에서 진행해오고 있는 한국현대건축 구술집 시리즈의 일곱 번째 출간이다. 이 구술사업의 대상은 일차적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첫번째 세대, 1930년대에 태어나 1950년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 성장기에 활동한 건축인들이다. 지금까지 김정식 선생(2010년 진행/2013년 출간)을 시작으로 안영배 선생(2011/2013), 윤승중 선생(2012/2014), 원정수 선생과 지순 선생(2012-2015/2015), 김태수 선생(2014/2016)의 구술집이 발간되었고, 서상우 선생의 구술채록도 2017년 진행되어 편집 과정에 있다. 예외적으로 1990년대 초 활동한 4.3그룹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권의 구술집(2011-2012/2014)이 출간되었으나, 큰 흐름은 우리의 전후 현대사에서 저마다의 믿음과 방식으로 건축을 실천하며 현대건축의 기반을 형성한 1세대 건축가들의 다양한 증언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김종성 선생도 같은 세대에 속하지만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 재학 중 2학년을 마치고 바로 유학을 떠나면서 또 다른 궤적의 건축인생을 걸어왔다. 유학을 결심한 후 J. M. 리처즈의 『근대건축입문』에서 접한 근대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작품 사진에 감명받아, 그가 학장으로 있는 일리노이공과대학(IIT)에 대안 없이 지원해서 합격했다. 시카고의 추운 겨울 밤, 막 완공되어 푸르스름한 형광등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는 <크라운 홀>의 압도적인 전경을 목도하며 IIT에 도착한 후, 김종성 선생은 미스가 구축한 독특한 근대적 건축교육체제에서 수학하고, 그의 사무실에서 12년 간 일했으며, 그의 뒤를 이어 IIT의 교수, 부학장, 학장서리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미시안(Miesian)’ 건축의 정통한 계승자가 되었다. 1978 <서울 힐튼호텔>을 설계하게 된 계기로 귀국하여 서울건축을 설립한 후, 최대 250명 규모까지 커졌던 설계조직을 이끌며 <육군사관학교 도서관>(1982), <서울올림픽 역도경기장>(1986), <경주 선재미술관>(1991), <아트선재센터>(1998), <SK사옥>(1999) 등 대표작을 위시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였다. 우리 시대에 주어진 테크놀로지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엄정한 비례 속에 건축의 구축술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작품들로, 산업강국으로서 미스의 건축이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미국과 달리 테크놀로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실질적인 건설기술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던 한국에서, <힐튼호텔>의 경우 선생의 표현대로 미스 작품 중 퀄리티가 높은 건물의 98퍼센트 정도의 시공 완성도를 이끌어내어 국내 건축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전통의 해석에 기반한 건축적 정체성의 문제에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던 시절, 기고를 통해 건축산업 전반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임을 역설하는 등 건축을 논하는 우리의 시선을 확장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김종성 선생의 구술채록 작업은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여름까지 서울 종로구 목천문화재단 사무실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미술연구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구술작업을 진행해온 아카이브 운영위원 외에 남성택 한양대 교수가 채록연구자로 자리를 함께 했다. 김종성 선생이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서울 삼성동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의 디자인디렉터로서 활동해오던 터여서, 구술채록의 주기와 일자는 보통 한달에 1-2회 선생의 귀국 스케줄에 맞춰 결정되었다. 기존의 구술작업이 6-10회 규모로 진행된 데에 비해 이번에는 13회차까지 진행된 것은 작품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소위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는 미스의 건축관을 상기할 때 선생의 작품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었으며, 정인하 교수의 선행 연구가 있기에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말씀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작품들에 대한 구술은 도면, 사진 등 관련 시각 자료들을 구술 현장의 모니터에 띄워 구체적으로 참고하며 진행하였다. 풍부한 1차 자료들은 대부분 국립현대미술관의 도움을 받았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회 《건축가 김종성: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가 개최되면서 선생의 많은 자료가 기증되었고, 현대미술관의 미술연구센터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온 것이다. 아카이빙의 일환으로써 구술채록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는 목천건축아카이브와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좋은 협업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김태수, 윤승중 선생의 경우와 같이 먼저 진행된 구술채록이 전시 기획에 참고되기도 했고, 이번 김종성 선생의 경우와 같이 선행된 전시회를 통해 정리된 미술관의 아카이브 자료가 구술 과정에 활용되기도 했다. 2010년 전후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국내 건축아카이빙 주체 간 다양한 협조체계가 앞으로도 건축적 자산의 축적과 폭넓은 보급을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자료들을 생생하게 살아나게 한 것은 경외할 만큼 정밀하고도 섬세한 선생의 기억력이었다. 각 작품마다 설정된 모듈의 크기에서부터 재료의 선택, 부재의 연결 방식까지 수치적으로도 분명하게 언급하는 말씀에서, 선생의 작품이 갖는 명료한 건축언어의 연원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다. 작품별로 기둥의 형태나 배치 방식이 갖는 차이가 뚜렷한 구축적 논리로 설명되는 순간마다 느낀 이지적 전율은 자율적 예술의지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공간과 형태가 안겨주는 감각적 감흥과는 또다른 류의 것이었다.

작품들이 갖는 차이의 출발점에는 거의 항상 대지가 사면으로 면하고 있는 개별적 상황에 대한 섬세한 고려가 있었다. 건축의 통합된 내재적 규율이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미스와 달리 상황적 특수성에 대한 고려를 함께 강조했던 루드비히 힐버자이머 교수의 가르침이 이러한 접근의 기저에 있음을 선생은 언급하였다. IIT의 교육체제에서 미스 뿐 아니라 그와 함께 바우하우스에서 건너 온 힐버자이머와 발터 페터한스, 미스의 제자 출신으로 역시 교육자가 된 알프레드 칼드웰 등의 교육철학과 방법론을 상세히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프로그램, 대지, 재료, 시공기술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종합적인 해석에서 설정되는 모듈과 그로부터의 역설적인 자유,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건축의 내재적, 보편적 원칙뿐 아니라 대지의 상황에 대한 유동적인 대응 등에 대한 말씀은 선생의 작품 세계를 보다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열쇠들로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구술 세션에서는 후속세대 건축가들의 작업을 누구보다 큰 관심과 애정으로 꼼꼼히 눈여겨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017년 가을의 주말 오후, 막 개관한 돈의문박물관마을에 찾아온 선생을 우연히 만나 뵈면서 이러한 관심이 현재 진행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진행을 매끄럽게 이끌고 자료의 확보와 정리에 애써준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의 김미현 국장과 김태형 연구원, 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의 이현영 아키비스트, 구술 전사를 맡았던 심미선 씨, 각주 작업을 담당한 김하나 박사, 디자인을 맡은 워크룸의 김형진 대표, 최종 편집을 맡아 진행한 도서출판 마티의 박정현 편집장과 서성진 씨 등 많은 분들의 수고로 이 책이 완성되었다. 시각자료를 참고하며 말과 이미지 사이의 긴밀한 연계로 진행된 구술을 책으로 전달하기 위해 적절히 관련자료를 삽입하였지만, 구술집이 작품집은 아니기에 모든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밝히고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선생의 작품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기존 작품집을 함께 참조하는 것이 이해를 도우리라 생각한다.

구술집이 한권 한권 더해지며 누적되는 우리 현대건축사의 내러티브들은 서로의 빈 부분을 채우기도 하고 때로는 극적으로 교차하며 한 시대와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우리 건축의 전후 현대사라는 큰 그림이 그려지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그 화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데에 조금씩 진전을 기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2018 2
공동채록자를 대표하여
최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