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물 Publication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HURPI 구술집 1964-1967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10

HURPI 구술집 1964-1967

채록연구 | 배형민, 강난형, 김태형

진행 | 목천건축아카이브

출판 | 마티, 2022-12-30

368쪽 ㅣ 170X230mm ㅣ ISBN 979-11-90853-38-5

살아 있는 역사, 현대건축가 구술집 시리즈를 시작하며
『HURPI 구술집 1964–1967』을 펴내며

프롤로그
Oswald Nagler
1 From Vienna to the US: Early Background
2 St. John’s College to GSD
3 Urban Design and the People at GSD
4 Going to Burma
5 Bamboo House in Rangoon
6 Recreation Center, Pagan Museum, and the Burma Projects

황용주
1 한양대학교 토목과에서 접한 도시계획
2 서울시 공채 1회 토목 공무원으로 퍼듀대학 도로공학 공부
3 건설부 국토계획국 종합계획과 실무
4 건설부 국토보전국 도시계획과 실무
5 아시아재단의 도시계획 원조 제안
6 도시계획계 예산 사건과 대한국토계획학회의 서울시 장기계획 구상

HURPI, 1964–1967
Oswald Nagler
7 Asia Foundation Proposal for Urban Planning Advisorship
8 Touring Korean Cities with YJ
9 Preparing for Korea
10 Setting Up URPI: Junior and Senior Team
11 UDT: Research and People
12 Pilot Projects
13 HURPI Methodology
14 New Members, Activities, and Projects for Year Two
15 Interaction with Expatriates
16 The Training Program and Minister Tour
17 Last Months, Daniel Lee, and Tarik Carim

황용주
7 미국 도시계획가 오스왈드 네글러와 16개 국내 도시 사전 답사
8 아시아재단과 건설부의 도시계획 원조 협정
9 HURPI 연구조직 결성과 운영
10 HURPI의 시범도시계획
11 HURPI의 또 다른 자문가, 타릭 자림

우규승
1 HURPI 소장 자료 소개
2 건설부 산하 UDT 지원 동기
3 UDT 시절 도시 리서치와 자료 집성
4 어번 디자인 담론과 실천 사이: 금화지구, 수원, 남서울
5 을지로 시절 URPI의 조직적 변화(1)
6 을지로 시절 URPI의 조직적 변화(2)
7 을지로 시절 어번 디자인의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
8 냉전시대 도시계획 이론을 논한다는 것
9 전형적인 도시계획의 유형화, 시범도시계획과 선형도시
10 오스왈드 네글러가 떠난 후 HURPI의 변화

고주석
1 아시아재단의 재해주택 조사 연구
2 HURPI의 남서울계획
3 HURPI의 남산계획과 이후 공원계획
4 김수근과 오스왈드 네글러에 대한 기억

홍성철
1 종합건축사사무실 시절
2 서울도시계획위원회 활동
3 건설부 산하 UDT 입사
4 서울도시계획위원회와 HURPI에서 겪은 도시적 입장 차이
5 HURPI의 최소 주거공간 조사
6 HURPI의 시범도시계획
7 오스왈드 네글러가 떠난 후 HURPI의 변화

김진균
1 서울도시계획 전시회를 위한 모형 아르바이트
2 서울대학교 건축과 330호
3 1차 도시설계요원(건축가) 양성 프로그램
4 시민회관 10층에서 본 도시 서울
5 금화산, 만리동 지구 현장 조사와 최소주택 계획
6 HURPI 도서관의 도시설계 참고서
7 도시를 읽는 도구, 투시도
8 2차 도시설계요원 양성 프로그램
9 HURPI의 마지막 기억과 그 이후

에필로그
우규승
11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하버드대학 유학 생활
12 오스왈드 네글러와 재회, 미국 건축가로서 실무 경험

고주석
5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유학의 동기
6 트랜스아시아 코리아의 실무 경험
7 HURPI에 대한 평가: 개발주의 시대 일상적인 어버니즘

황용주
12 미국 버클리대학 유학과 건설부 지역계획계 복직
13 워싱턴D.C.에서 오스왈드 네글러와 재회

홍성철
8 미국 MIT대학 SPURS 프로그램 참여와 코넬대학 유학 생활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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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PI 구술집 1964-1967』을 펴내며
구술채록의 구도
’주택·도시 및 지역계획 연구실’(Housing, Urban and Regional Planning Institute, 이하 HURPI)은 1965년 5월 아시아재단(The Asia Foundation)과 건설부의 협정에 의해 설립되어 건설부 산하에 소속된 도시설계조직이었다. 한국 도시계획의 형성기, 도시설계라는 말도 통용되지 않았던 시기에 설립된 도시건축 분야의 선구적인 연구기관이었다. HURPI는 냉전기 미국의 전략적 원조 정책의 한 발현이면서 당대 한국 도시계획의 흐름과는 결을 달리했다. 지역성과 토착 문화를 중요시하고 인본주의적인 설계 방법론을 개발한 HURPI의 접근법은 경제발전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던 한국은 물론 당시 서구에서도 낯선 것이었다. 불과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활동했지만, 이런 사실만으로도 HURPI는 역사적인 주목을 받아야 할 조직이다. 목천건축아카이브는 이런 시대적인 맥락을 바탕으로 아직 온전한 이해와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HURPI와 관계했던 인물들의 구술, 그리고 관련 자료의 수집 사업을 진행해왔다.

1960년대 한국의 도시계획은 토목건설의 영역이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온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실행하는 용역사의 업무, 도시 하부시설을 짓는 토목건설계획이 도시계획의 대부분이었다. 낡은 도시 공간을 재편하고 경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슬럼을 일소하고 집을 짓는 고밀도 도시 재개발이 도시와 주거 문제의 실제적인 해결책이라 믿었던 시기다. HURPI는 지역 주민의 삶을 존중하고 소프트한 계획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도시 인프라와 주택 공급에 힘을 쏟는 물리적인 개발 방식과 달랐다. HURPI는 한국적인 생활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도시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주거 및 도시계획을 제안하고자 했다.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네에 대한 치밀한 사회적·공간적 조사를 펼쳤고 디자인 영감을 얻고자 지역에 기반한 접근을 시도했다. 또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 관료, 학자 들을 모아 장차 도시, 건축, 조경, 계획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키우기 위한 다양한 실무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러나 당시 도시계획 분야의 주류와 결이 달랐던 HURPI의 이런 활동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실무에는 직접적인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술채록은 2019년 8월에서 2022년 7월까지 배형민, 강난형, 김태형의 진행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보스턴, 그리고 서울에서 오스왈드 네글러, 황용주, 홍성철, 우규승, 고주석, 김진균을 만났다. 여기에 2017년 여름과 가을, 서울대학교의 존홍 교수가 네글러와 인터뷰한 내용을 추가했다. 구술채록은 1964년부터 1967년 사이, 구술자들이 HURPI의 멤버로 활동했던 시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강홍빈, 권태준, 문신규, 임충신, 이기홍, 데이비드 스타인버그와의 이야기를 더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번 구술 사업에는 포함하지 못했다.

대개의 구술 채록 사업은 단일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시리즈도 지난 10년간 김정식, 안영배, 윤승중, 원정수와 지순, 김태수, 김종성, 서상우, 유걸 등 원로 건축가 개인 또는 부부를 중심으로 구술이 이루어졌다. 반면 HURPI 구술 사업은 짧은 기간 활동한 조직에 초점을 맞추어 여러 명의 구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2014년 출간했던 목천건축아카이브의 『4.3그룹 구술집』과 유사하다. 구술채록은 개인의 언설을 기록하지만 주체 중심의 역사만을 전제하지 않는다. 인물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지만 언제나 사건과 사물, 시간과 공간의 관계망 속에서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역사론적 관점에서 여러 구술자의 입장과 위치에 따라 기억된 다원적인 증언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까지 목천건축아카이브의 구술 사업에서 처음으로 건축가가 아닌 인물들의 구술이라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건축에서의 외도가 아니라 건축이라는 관계망의 확장이자 재구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채록팀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겪었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증언을 시간순으로 수집하는 형식으로 구술집을 편집했다. 물론 구술자는 종종 채록팀이 설정한 틀을 벗어나 다른 주제, 사건, 시기에 대해 말한다. 대개의 구술자는 파편적인 기억을 증언했기 때문에 구술채록집의 체계적인 구성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편집이 필요했다. 구술 과정의 전체 원영상들의 목록은 목천건축아카이브 웹사이트(mokchon-kimjungsik.org)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원본은 목천건축아카이브 자료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2022년 11월
배형민, 강난형, 김태형

 

『HURPI 구술집 1964-1967』 서문에서 일부 발췌